2005년03월24일-- 시대를 주도하던 글로벌 기업의 스타 CEO들이 줄줄이 교체되고 있다. 찬사와 경탄을 받던 그들이었다. 수많은 성공 경험과 검증을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들을 낙마케 한 경영상의 난제들은 무엇일까? 우리는 그들을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할까?
일본 전자 기업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소니가 CEO를 교체했다.일본인도 아닌, 또한 전자 부문의 엔지니어링 경험이 전혀 없는 기자 출신의 영국인이 새로운 CEO가 되었다. 포춘지가 선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부문에서 몇 년째 톱을 달리던 칼리 피오리나도 HP 이사회에 의해 사실상 퇴출당하고 말았다. 아직 후임자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의 퇴임이 급박하게 결정되었다. 또한 세계적인 보험회사인 AIG의 회장 그린버그가 CEO직을 사임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 최고경영자 들이 줄줄이 낙마하고 있다.
CNN머니는 미국의 재취업 전문업체인 챌린저 그레이앤의 크리스마스의 보고서를 인용, 지난 2월에만 103개 기업의 CEO가 교체돼 2001년 이후 가장 많다고 보도했다. 사실 CEO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경쟁자들을 이기고 그 자리에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런 CEO들이 이렇게 급격히 교체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간의 관심을 집중 시킬 정도로 화려한 업적을 가진 CEO 들도 피하지 못한 경영상의 착오는 무엇일까? 소니, HP, 도요타 등 세계 일류 기업의 스타 CEO 퇴진 배경을 분석해 보고 한국 기업에게 주는 주요 경영 포인트를 알아본다.
포인트 1. ‘이상주의’적 접근법을 경계하라
남보다‘한발’뒤지며 쫓아가는 것과 아예‘두발’앞서나가 기다리고 있는 것 중 어느 대안이 더 경영상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까? 언뜻 생각하면 한발 뒤져 잘해야 2등에 머무는 것보다 두발 앞서 나가 궁극적으로 일등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매력적이다. 그러나 소니의 경우를 보면 남보다 두 발 앞서나가는 것도 한발 뒤지는 것만큼 위험한 선택이다. 두발 앞서 나가는 전략은 기다림을 요구하고 기다림은 뒤에서 따라가는 것 이상의 비용과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훨씬 더 늦게 올수 있고, 기다리는 시간 동안 업계 구도 자체가 변해버려 싸움을 할 기본적인 진지조차 구축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평판 TV가 그러한 분야이다.
소니는 브라운관 TV를 대체할 솔루션으로 자리 잡은 PDP와 LCD 분야 모두 소니만의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소니가 한발 정도 뒤쳐져 쫓아가겠다고 결심했다면 FHP와 같은 PDP 전문 일본 업체에 투자할 기회는 열려 있었다. 그러나 그런 식의 선택은 자존심 강한 소니 스타일이 아니다. 차라리 소자자체가 빛을 내어 PDP와 LCD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유기 EL에 자원을 집중하기로 하는 것이 더 이상적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유기 EL이 상용화 될 때까지 시장이 기다려 주는 것은 아니었다. 경쟁 업체들은 PDP와 LCD를 바탕으로 TV 시장 전체의 구도를 바꾸어 나가기 시작했다. 현재까지의 결과를 보면 TV 분야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었던 소니의 입지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전 세계 PDP TV 시장에서 소니는 지난해 4분기 4위로 처지고 말았다. 일본 내수 시장을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03년만 해도 소니의 PDP TV 시장 점유율이 21.3%, 경쟁사인 마쯔시타의 시장 점유율은 22.7%이나 2004년 4분기를 보면 마쯔시타의 점유율이 36.9%이고 소니의 점유율은 19.2%에 그치고 있다. LCD TV에서도 Sharp가 일본과 미국에서 현격한 격차를 보이면서 1위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급신장 하고 있는 DVDRecorder 분야도 마찬가지다. 경쟁사인 마쯔시타는 최적화 된DVD-Recorder를 개발하기 위해 제품 플랫폼에 투자한 결과, 2003년 3월 경쟁사보다 3만 엔이나 싼 6만 엔에 DVDRecorder를 출시했다. 시장은 급속도로 커져 나갔고 마쯔시타는 확고한Top 1의 지위를 확보했다. 소니도 NEC 등 다른 업체들의 Chip을 아웃소싱해 상품을 출시하면서 2004년 일본 내수시장 점유율이 4위에서 2위로 격상되었다. 그러나 플랫폼 투자를 게을리 한 결과 원가 경쟁력이 떨어져 급격한 가격하락에 견딜 수 있는 내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제품은 많이 팔리지만 적자폭은 오히려 커지고 있기 때문 이다. 이러한 소니지만 DVD의 차세대 규격인 블루레이에 있어서는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블루레이의 핵심이 되는 특허도 많이 있고 콘텐츠 관련 분야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블루레이 시장이 본격화되기 까지는 적어도 4~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때까지 소니는 힘겨운 싸움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현장 감각을 상실한‘선견’은 위험CEO에게 있어 단기와 장기, 현재와 미래를 적절히 조화시켜 나가는 것은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
현재가 좋다고 미래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하고 그 결과 미래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결과는 뻔하다. 그래서 선견력은 CEO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그러나 현장 감각을 상실한 지나친 선견 역시 심각한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소니의 사례는 잘 보여주고 있다.
포인트 2. ‘업적 지상주의’에 빠지지 말라
CEO들이취임과 함께 빠지기 쉬운 또 하나의 유혹은 무언가 큰 업적을 남기고자 하는 욕심이다. ‘지금 이 성과가 나는 것은 전임 CEO의 결단 때문이야’, ‘반대도 많았지만 그때 밀어 붙였던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 였어’이런 평가를 전해들을 때마다 마음은 더 급해지기 마련이다. 세인의 관심을 많이 받는 스타 CEO일수록 이러한 유혹은 더 달콤하다. 자신의 명성을 이어갈 더 큰 무엇을 찾아야하는 압박이 더 크기 때문이다.
HP의 CEO인 칼리 피오리나가 승부수로 던진 컴팩과의 합병이 그러하다. 그녀는 세계역사상 어느 여성도 오르지 못했던 정점에 올라갔다. 포춘지에서는 그녀를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CEO로 6년 연속 선정했다. 실제로 그녀는 재임하는 동안 83개에 이르던 HP의 사업부문을 단 몇 개로 줄이는 구조조정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그전부터 돈을 잘 벌고 있던 프린터 사업부가 수익성을 잘 유지하고 기타 부문의 구조를 효율화해 회사 전체의 수익성을 유지하는 정도로는 부족했다. 그녀만의 업적으로 기억될 그 무엇이 필요했다. 그녀는 창업 가문의 반대를 무릅쓰고 컴팩과의 합병을 강행했다. 더 이상 이익이 나지 않는 PC 사업부의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쟁의 강도를 줄여야 했고 컴팩과의 합병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로 여겨졌다.
‘승부’를 위해서는 조직부터 챙겨야
그러나 기대 수익이 클수록 위험도 크다. 이러한 모험을 걸기 위해서는 내부 조직부터 탄탄하게 챙겨야 한다. 승부수가 현실화되기 까지 수많은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내부 조직이 무너지면 밀어붙일 힘이 없고 승부수가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온다. 피오리나가 실패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HP는 설립 당시부터 경영진과 종업원 간의 격의 없는 대화가 강점이었다. HP의 설립자인 휴렛과 팩커드는 반팔차림에 사내를 어슬렁거리며 직원들과 식사하고 대화하기를 즐겼다. 이러한 조직 문화 속에서 HP는 혁신적 제품들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피오리나는 딱딱한 회의와 사업계획 발표를 더 중요시했다. 또 직원들이 그녀를 면담하려면 수주 전부터 날짜와 시간을 잡아야 할 정도로‘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오히려 합병과정에서 대규모 감원을 실시하고 이 과정에서 동료들이 나쁜 처우를 받는 것을 보면서 그녀와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줄어간 것이다. 언론이 화려한 언변을 가지고 있는 그녀를 좋아할수록 조직원들의 마음은 그녀로부터 멀어져 간 것이다. 결국, 그녀는 컴팩과의 합병 효과를 따지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일부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물러나야만 했다.
CEO가 뚜렷한 성과를 내고자 하고 이를 위해 승부수를 던지는 것은 CEO에게 부여된 본연의 임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조직원들이 현재의 CEO는 자기 자신의 업적에만 관심 있는 사람이며 자신들에게는 관심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 그 어떤 승부수도 성공하기 어렵다. 어떤 카드를 선택하느냐 만큼 중요한 것이 그 카드를 승리로 이끌어내는 조직원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포인트 3. 조직개편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흔히 조직 구조의 정답은 없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 적합한 옷이 다른 것처럼 현재의 CEO에게 맞는 스타일의 조직 구조가 좋은 조직구조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래서 새로운 CEO는 흔히 조직을 개편하고 이를 통해 권력을 이동하고 자기 스타일의 경영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개혁 작업을 통해 부진에 허덕이던 기업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경우도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루거스너는 지역별 조직으로 되어 있던 IBM의 조직구조를 3년여의 개편작업을 통해 고객별 조직구조로 재편하는 작업을 진두지휘 했었다. 이를 통해 관료화 된 IBM을 고객 지향적 조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일본 전자 기업 내에서 가장 높은 시가 총액을 자랑하는 캐논의 미타라이 후지오 사장도 취임과 함께 사업부제를 폐지하는 등의 조직개편을 통해 캐논을 바꾸어 놓았다. 최근, 소니와 달리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마쯔시타의 나까무라 사장도 자회사까지 포괄하는 조직 개편을 통해 사업의 중복을 없애고 조직의 초점을 분명히 하였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일련의 조직 구조 개편이 큰 그림 없이 이슈가 발생할 때 마다 임시방편 차원에서 일어나거나 조직 구조 개편으로 인한 초기 진통을 또 다른 조직 구조 개편으로 해결해 가는 과정 가운데 조직이 구심점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소니의 이데이 사장이 자신의 하드웨어와 콘텐츠 융합 전략 수행의 핵심이 되는 사업부서로 설정한 Net 사업 부문은 1998년 1월 Digital Network Solution으로 개편된 뒤2004년 5월까지 무려 5번의 조직개편을 겪어야만 했다.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새로운 사업 담당자가 올 때마다 사업추진의 기본방향마저 크게 바뀌었다. Net 사업 추진의 기본방향이 자주 변화하자 이데이 사장의 Net 전략에 대한 조직원들의 해석도 저마다 달라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Net 부문만이 아니라 제조와 R&D의 분리, 본사 기능의 축소, 전자 부문 본사 기능 부활 등 전사 차원의 조직 개편도 개편에 따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 전에 문제점이 지적되고 이에 따른 조직 개편이 뒤따르는 양상이 연이어 벌어지곤 했다. 그래서 소니 내부 사람들도 자신들의 조직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그 결과 개별 조직들은 소니라는 전체 관점에서 사업을 이해하고 주인 의식을 가지기 보다는 그저 자기에게 떨어진 임무를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데 급급했다. 잦은 조직 개편은‘구심점’상실로 이어져 실제로 작년 소니의 영업성과를 살펴보면 전략적 실수 보다는 조직이 기능별로 분화되어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해서 발생하는 손실이 큰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LCD TV 분야였다. 지난해 가을 소니가 자신 있게 시장에투입한 새 시리즈의 대형 LCD TV는 발매 당시 타사 제품보다 몇 만엔 높은 가격을 붙였다. 그러나 기대했던 만큼 수요가 발생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가격을 비슷한 수준으로 내렸다. 값을 내리자 판매 대수는 늘어났지만 이번에는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재고로 쌓여 있던 봄철 구 모델을 싸게 팔아 점유율을 유지했다. 그 결과 지난 연말 소니의 대형 LCD TV와 재고 기종의판매 대수는 별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상품의 사양 결정, 가격 설정, 생산 수량간의 균형을 맞추어주는 전사적인 조정 체계가 무너져 버린 것이다. 개별기능을 관리하는‘기능 관리자(Function Manager)’는 존재하지만 경영 프로세스 전반을 고객 관점에서 연계 시키는‘프로젝트 관리자(Project Manager)’는 없는 분절형 조직(Silo Organization)으로 변질된 것이다.
포인트 4. 잘 나갈 때가 더 위험하다
그렇다면 CEO가 이러한 경영상의 난제들을 극복하고 균형 잡힌 경영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소니와 달리 사상 최고의 실적이 예상되는 가운데 CEO를 교체한 도요타를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도요타는 2005년 회계연도에 1.6조 엔을 초과하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기록 할 전망이다. 판매 대수에 있어서도 포드를 제치고 세계 제 2위의 자동차 생산업체로 올라 설 것이다. 이렇게 탁월한 성과를 달성했지만 조후지오 사장은 이선으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대신 와타나베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실질적인 경영을 맡는 다고 한다. 도요타는 왜 이런 의사결정을 내렸을까? 도요타가 이렇게 경영진 교체를 서두른 이유는 도요타 자동차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발생한 문제를 한발이라도 빨리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렇듯 잘 나가는 도요타가 봉착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문제의 핵심은 더 이상 도요타가 일본의 도요타만으로는 성장하기 힘들어 졌다는 점이다. 도요타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면서 2년 전부터 미국에서의 판매대수가 일본에서의 판매대수를 앞지르게 되었다. 수익 측면에서는 미국 시장이 전체 수익의 7~80%를 차지하게 되었다. 사실상 도요타는 미국 기업인 것이다. 이제 일본을 기반으로 한 도요타의 기업 문화를 다시 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도요타 공장에서는 근무연수가 15년 이상 되어 도요타적 생산방식에 숙련된 노동자들이 경쟁업체로 옮겨가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이로 인해 주기적으로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사상 최대의 순익이 나도 노조가 먼저 임금동결을 제안하고 대를 이어 도요타에 취직해 운명을 같이 한다는 도요타적 문화가 지속적인 경쟁 우위로 작용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해외 현지 법인에서 채용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도요타적 조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의 비중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2006년이 되면 캠리(Camry) 등 대부분의 히트 모델의 노후화를 막기 위해 주력 모델을 교체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부에서는 2006년을 전후해 도요타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춘 히트 모델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여전히 도요타가 가격대비 성능은 뛰어나지만 세계 탑 클래스의 자동차 회사로서 도요타의 영혼을 느낄 수 있는 차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요타 내부적으로는 이를‘도요타의 2006년 문제’라 부르며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작은 문제라도 크게 보고 귀를 기울여라
사실 이러한 문제들도 보기에 따라서는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세상에 완벽한 조직이 어디 있느냐? 트집 잡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이런 문제에 일일이 대응하다 보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현재의 성과를 봐라. 이렇게 변명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도요타는 경영진을 세대 교체할 만큼 이 문제들을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는 작은 위기에도 귀를 기울여 큰 위기를 방지하고 작은 문제도 크게 보는 도요타적 전통을 그대로 이은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도요타 스스로 말하는 도요타 생산의 강점은 절대 라인이 잘 돌아가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도요타 라인은 잘 멈추는 것이 강점이라고 한다. 잘못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종업원 개개인에 퍼져있기 때문에 도요타 생산 라인은 순간순간 정지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결함 없는 차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 위에서 도요타 경영진도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을 한발 앞서 준비하기 위해 한 세대 젊은 인사들을 주축으로 경영진을 개편한 것이다.
포인트 5. ‘외부인’과‘고객’의 시각을 유지하라.
최근 CEO 교체를 통해 나타나는 특징 중의 하나는 일본 기업들이 외국인 CEO를 등용시키거나 해외 시장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을 새로운 CEO로 임명한다는 점이다. 소니는 미국 사업담당이었던 스트링거를 후임 CEO로 임명했다. 캐논의 미타라이 사장은 입사 5년 만에 미국으로 발령, 그 후 23년간을 미국에서만 근무했다. 도시바도 최근 니시다 아츠토시 PC 사업 부문장을 새로운 CEO로 선임했는데, 그는 오랜 세월 동안 미국과 유럽 지역을 담당해 해외 시장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다. 일본에서 해외통 이나 아예 외국인 들이CEO로 지목되는 것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전통적으로 일본 기업들은 내수 시장을 중시했고 자국 중심의 경영방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해외 근무자들이 찬밥 신세인 경우도 많았다. 그런 일본에서 이렇게 외국인 CEO나 해외 시장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을 새로운 CEO로 지목 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닛산을 회생시킨 카를로스 곤 효과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곤이 펼친 일련의 개혁과정을 통해 과거의 유산으로부터 자유로운 외국인이 CEO를 맡을 경우 기존 인력들과의 관계 때문에 눈 감고 넘어갔던 문제들이 드러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또, 과거 성공 경험의 그늘을 과감하게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외국인 CEO를 임명할 수 는 없다. 외국인 CEO를 임명하는 것은 위험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외국인CEO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이 중심으로 내부인 이면서도‘외부인’과‘고객’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 해외통 들을CEO로 임명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경험이 풍부한 미타라이 사장을 임명한 캐논은 사업체질을 수익성 중심으로 개편해 마쯔시타, 소니를 제치고 일본 전자 기업 중 가장 높은 시가 총액을 나타내고 있다. 미타라이 사장은 창업 이념 등 캐논의 전통은 존중하되, 오랜 세월 관행으로 굳어진 악습들을 수익성과 주주관점에서개혁해캐논을새롭게변모시켰다. 결국, CEO가 계속해서 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고객과 시장, 외부인의 관점에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눈’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자발적 자기 부정’의 CEO
스타 CEO의 퇴진 과정을 지켜보면서 CEO의 자리는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때의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내부 구성원으로 부터의 지지와 조직 구조를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 무엇보다 성공에도 자만하지 않는 경계심위에‘외부인’과‘고객’의 시각을 유지하는 자발적 자기 부정이 더 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변하기 쉬운 운명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한국기업을 지켜낼 수 있는 훌륭한 경영자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LG경제연구원 김창현 책임연구원
홈페이지 : www.lgeri.com
일본 전자 기업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소니가 CEO를 교체했다.일본인도 아닌, 또한 전자 부문의 엔지니어링 경험이 전혀 없는 기자 출신의 영국인이 새로운 CEO가 되었다. 포춘지가 선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부문에서 몇 년째 톱을 달리던 칼리 피오리나도 HP 이사회에 의해 사실상 퇴출당하고 말았다. 아직 후임자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의 퇴임이 급박하게 결정되었다. 또한 세계적인 보험회사인 AIG의 회장 그린버그가 CEO직을 사임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 최고경영자 들이 줄줄이 낙마하고 있다.
CNN머니는 미국의 재취업 전문업체인 챌린저 그레이앤의 크리스마스의 보고서를 인용, 지난 2월에만 103개 기업의 CEO가 교체돼 2001년 이후 가장 많다고 보도했다. 사실 CEO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경쟁자들을 이기고 그 자리에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런 CEO들이 이렇게 급격히 교체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간의 관심을 집중 시킬 정도로 화려한 업적을 가진 CEO 들도 피하지 못한 경영상의 착오는 무엇일까? 소니, HP, 도요타 등 세계 일류 기업의 스타 CEO 퇴진 배경을 분석해 보고 한국 기업에게 주는 주요 경영 포인트를 알아본다.
포인트 1. ‘이상주의’적 접근법을 경계하라
남보다‘한발’뒤지며 쫓아가는 것과 아예‘두발’앞서나가 기다리고 있는 것 중 어느 대안이 더 경영상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까? 언뜻 생각하면 한발 뒤져 잘해야 2등에 머무는 것보다 두발 앞서 나가 궁극적으로 일등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매력적이다. 그러나 소니의 경우를 보면 남보다 두 발 앞서나가는 것도 한발 뒤지는 것만큼 위험한 선택이다. 두발 앞서 나가는 전략은 기다림을 요구하고 기다림은 뒤에서 따라가는 것 이상의 비용과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훨씬 더 늦게 올수 있고, 기다리는 시간 동안 업계 구도 자체가 변해버려 싸움을 할 기본적인 진지조차 구축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평판 TV가 그러한 분야이다.
소니는 브라운관 TV를 대체할 솔루션으로 자리 잡은 PDP와 LCD 분야 모두 소니만의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소니가 한발 정도 뒤쳐져 쫓아가겠다고 결심했다면 FHP와 같은 PDP 전문 일본 업체에 투자할 기회는 열려 있었다. 그러나 그런 식의 선택은 자존심 강한 소니 스타일이 아니다. 차라리 소자자체가 빛을 내어 PDP와 LCD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유기 EL에 자원을 집중하기로 하는 것이 더 이상적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유기 EL이 상용화 될 때까지 시장이 기다려 주는 것은 아니었다. 경쟁 업체들은 PDP와 LCD를 바탕으로 TV 시장 전체의 구도를 바꾸어 나가기 시작했다. 현재까지의 결과를 보면 TV 분야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었던 소니의 입지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전 세계 PDP TV 시장에서 소니는 지난해 4분기 4위로 처지고 말았다. 일본 내수 시장을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03년만 해도 소니의 PDP TV 시장 점유율이 21.3%, 경쟁사인 마쯔시타의 시장 점유율은 22.7%이나 2004년 4분기를 보면 마쯔시타의 점유율이 36.9%이고 소니의 점유율은 19.2%에 그치고 있다. LCD TV에서도 Sharp가 일본과 미국에서 현격한 격차를 보이면서 1위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급신장 하고 있는 DVDRecorder 분야도 마찬가지다. 경쟁사인 마쯔시타는 최적화 된DVD-Recorder를 개발하기 위해 제품 플랫폼에 투자한 결과, 2003년 3월 경쟁사보다 3만 엔이나 싼 6만 엔에 DVDRecorder를 출시했다. 시장은 급속도로 커져 나갔고 마쯔시타는 확고한Top 1의 지위를 확보했다. 소니도 NEC 등 다른 업체들의 Chip을 아웃소싱해 상품을 출시하면서 2004년 일본 내수시장 점유율이 4위에서 2위로 격상되었다. 그러나 플랫폼 투자를 게을리 한 결과 원가 경쟁력이 떨어져 급격한 가격하락에 견딜 수 있는 내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제품은 많이 팔리지만 적자폭은 오히려 커지고 있기 때문 이다. 이러한 소니지만 DVD의 차세대 규격인 블루레이에 있어서는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블루레이의 핵심이 되는 특허도 많이 있고 콘텐츠 관련 분야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블루레이 시장이 본격화되기 까지는 적어도 4~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때까지 소니는 힘겨운 싸움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현장 감각을 상실한‘선견’은 위험CEO에게 있어 단기와 장기, 현재와 미래를 적절히 조화시켜 나가는 것은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
현재가 좋다고 미래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하고 그 결과 미래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결과는 뻔하다. 그래서 선견력은 CEO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그러나 현장 감각을 상실한 지나친 선견 역시 심각한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소니의 사례는 잘 보여주고 있다.
포인트 2. ‘업적 지상주의’에 빠지지 말라
CEO들이취임과 함께 빠지기 쉬운 또 하나의 유혹은 무언가 큰 업적을 남기고자 하는 욕심이다. ‘지금 이 성과가 나는 것은 전임 CEO의 결단 때문이야’, ‘반대도 많았지만 그때 밀어 붙였던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 였어’이런 평가를 전해들을 때마다 마음은 더 급해지기 마련이다. 세인의 관심을 많이 받는 스타 CEO일수록 이러한 유혹은 더 달콤하다. 자신의 명성을 이어갈 더 큰 무엇을 찾아야하는 압박이 더 크기 때문이다.
HP의 CEO인 칼리 피오리나가 승부수로 던진 컴팩과의 합병이 그러하다. 그녀는 세계역사상 어느 여성도 오르지 못했던 정점에 올라갔다. 포춘지에서는 그녀를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CEO로 6년 연속 선정했다. 실제로 그녀는 재임하는 동안 83개에 이르던 HP의 사업부문을 단 몇 개로 줄이는 구조조정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그전부터 돈을 잘 벌고 있던 프린터 사업부가 수익성을 잘 유지하고 기타 부문의 구조를 효율화해 회사 전체의 수익성을 유지하는 정도로는 부족했다. 그녀만의 업적으로 기억될 그 무엇이 필요했다. 그녀는 창업 가문의 반대를 무릅쓰고 컴팩과의 합병을 강행했다. 더 이상 이익이 나지 않는 PC 사업부의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쟁의 강도를 줄여야 했고 컴팩과의 합병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로 여겨졌다.
‘승부’를 위해서는 조직부터 챙겨야
그러나 기대 수익이 클수록 위험도 크다. 이러한 모험을 걸기 위해서는 내부 조직부터 탄탄하게 챙겨야 한다. 승부수가 현실화되기 까지 수많은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내부 조직이 무너지면 밀어붙일 힘이 없고 승부수가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온다. 피오리나가 실패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HP는 설립 당시부터 경영진과 종업원 간의 격의 없는 대화가 강점이었다. HP의 설립자인 휴렛과 팩커드는 반팔차림에 사내를 어슬렁거리며 직원들과 식사하고 대화하기를 즐겼다. 이러한 조직 문화 속에서 HP는 혁신적 제품들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피오리나는 딱딱한 회의와 사업계획 발표를 더 중요시했다. 또 직원들이 그녀를 면담하려면 수주 전부터 날짜와 시간을 잡아야 할 정도로‘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오히려 합병과정에서 대규모 감원을 실시하고 이 과정에서 동료들이 나쁜 처우를 받는 것을 보면서 그녀와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줄어간 것이다. 언론이 화려한 언변을 가지고 있는 그녀를 좋아할수록 조직원들의 마음은 그녀로부터 멀어져 간 것이다. 결국, 그녀는 컴팩과의 합병 효과를 따지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일부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물러나야만 했다.
CEO가 뚜렷한 성과를 내고자 하고 이를 위해 승부수를 던지는 것은 CEO에게 부여된 본연의 임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조직원들이 현재의 CEO는 자기 자신의 업적에만 관심 있는 사람이며 자신들에게는 관심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 그 어떤 승부수도 성공하기 어렵다. 어떤 카드를 선택하느냐 만큼 중요한 것이 그 카드를 승리로 이끌어내는 조직원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포인트 3. 조직개편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흔히 조직 구조의 정답은 없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 적합한 옷이 다른 것처럼 현재의 CEO에게 맞는 스타일의 조직 구조가 좋은 조직구조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래서 새로운 CEO는 흔히 조직을 개편하고 이를 통해 권력을 이동하고 자기 스타일의 경영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개혁 작업을 통해 부진에 허덕이던 기업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경우도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루거스너는 지역별 조직으로 되어 있던 IBM의 조직구조를 3년여의 개편작업을 통해 고객별 조직구조로 재편하는 작업을 진두지휘 했었다. 이를 통해 관료화 된 IBM을 고객 지향적 조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일본 전자 기업 내에서 가장 높은 시가 총액을 자랑하는 캐논의 미타라이 후지오 사장도 취임과 함께 사업부제를 폐지하는 등의 조직개편을 통해 캐논을 바꾸어 놓았다. 최근, 소니와 달리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마쯔시타의 나까무라 사장도 자회사까지 포괄하는 조직 개편을 통해 사업의 중복을 없애고 조직의 초점을 분명히 하였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일련의 조직 구조 개편이 큰 그림 없이 이슈가 발생할 때 마다 임시방편 차원에서 일어나거나 조직 구조 개편으로 인한 초기 진통을 또 다른 조직 구조 개편으로 해결해 가는 과정 가운데 조직이 구심점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소니의 이데이 사장이 자신의 하드웨어와 콘텐츠 융합 전략 수행의 핵심이 되는 사업부서로 설정한 Net 사업 부문은 1998년 1월 Digital Network Solution으로 개편된 뒤2004년 5월까지 무려 5번의 조직개편을 겪어야만 했다.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새로운 사업 담당자가 올 때마다 사업추진의 기본방향마저 크게 바뀌었다. Net 사업 추진의 기본방향이 자주 변화하자 이데이 사장의 Net 전략에 대한 조직원들의 해석도 저마다 달라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Net 부문만이 아니라 제조와 R&D의 분리, 본사 기능의 축소, 전자 부문 본사 기능 부활 등 전사 차원의 조직 개편도 개편에 따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 전에 문제점이 지적되고 이에 따른 조직 개편이 뒤따르는 양상이 연이어 벌어지곤 했다. 그래서 소니 내부 사람들도 자신들의 조직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그 결과 개별 조직들은 소니라는 전체 관점에서 사업을 이해하고 주인 의식을 가지기 보다는 그저 자기에게 떨어진 임무를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데 급급했다. 잦은 조직 개편은‘구심점’상실로 이어져 실제로 작년 소니의 영업성과를 살펴보면 전략적 실수 보다는 조직이 기능별로 분화되어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해서 발생하는 손실이 큰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LCD TV 분야였다. 지난해 가을 소니가 자신 있게 시장에투입한 새 시리즈의 대형 LCD TV는 발매 당시 타사 제품보다 몇 만엔 높은 가격을 붙였다. 그러나 기대했던 만큼 수요가 발생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가격을 비슷한 수준으로 내렸다. 값을 내리자 판매 대수는 늘어났지만 이번에는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재고로 쌓여 있던 봄철 구 모델을 싸게 팔아 점유율을 유지했다. 그 결과 지난 연말 소니의 대형 LCD TV와 재고 기종의판매 대수는 별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상품의 사양 결정, 가격 설정, 생산 수량간의 균형을 맞추어주는 전사적인 조정 체계가 무너져 버린 것이다. 개별기능을 관리하는‘기능 관리자(Function Manager)’는 존재하지만 경영 프로세스 전반을 고객 관점에서 연계 시키는‘프로젝트 관리자(Project Manager)’는 없는 분절형 조직(Silo Organization)으로 변질된 것이다.
포인트 4. 잘 나갈 때가 더 위험하다
그렇다면 CEO가 이러한 경영상의 난제들을 극복하고 균형 잡힌 경영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소니와 달리 사상 최고의 실적이 예상되는 가운데 CEO를 교체한 도요타를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도요타는 2005년 회계연도에 1.6조 엔을 초과하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기록 할 전망이다. 판매 대수에 있어서도 포드를 제치고 세계 제 2위의 자동차 생산업체로 올라 설 것이다. 이렇게 탁월한 성과를 달성했지만 조후지오 사장은 이선으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대신 와타나베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실질적인 경영을 맡는 다고 한다. 도요타는 왜 이런 의사결정을 내렸을까? 도요타가 이렇게 경영진 교체를 서두른 이유는 도요타 자동차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발생한 문제를 한발이라도 빨리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렇듯 잘 나가는 도요타가 봉착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문제의 핵심은 더 이상 도요타가 일본의 도요타만으로는 성장하기 힘들어 졌다는 점이다. 도요타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면서 2년 전부터 미국에서의 판매대수가 일본에서의 판매대수를 앞지르게 되었다. 수익 측면에서는 미국 시장이 전체 수익의 7~80%를 차지하게 되었다. 사실상 도요타는 미국 기업인 것이다. 이제 일본을 기반으로 한 도요타의 기업 문화를 다시 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도요타 공장에서는 근무연수가 15년 이상 되어 도요타적 생산방식에 숙련된 노동자들이 경쟁업체로 옮겨가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이로 인해 주기적으로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사상 최대의 순익이 나도 노조가 먼저 임금동결을 제안하고 대를 이어 도요타에 취직해 운명을 같이 한다는 도요타적 문화가 지속적인 경쟁 우위로 작용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해외 현지 법인에서 채용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도요타적 조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의 비중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2006년이 되면 캠리(Camry) 등 대부분의 히트 모델의 노후화를 막기 위해 주력 모델을 교체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부에서는 2006년을 전후해 도요타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춘 히트 모델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여전히 도요타가 가격대비 성능은 뛰어나지만 세계 탑 클래스의 자동차 회사로서 도요타의 영혼을 느낄 수 있는 차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요타 내부적으로는 이를‘도요타의 2006년 문제’라 부르며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작은 문제라도 크게 보고 귀를 기울여라
사실 이러한 문제들도 보기에 따라서는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세상에 완벽한 조직이 어디 있느냐? 트집 잡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이런 문제에 일일이 대응하다 보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현재의 성과를 봐라. 이렇게 변명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도요타는 경영진을 세대 교체할 만큼 이 문제들을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는 작은 위기에도 귀를 기울여 큰 위기를 방지하고 작은 문제도 크게 보는 도요타적 전통을 그대로 이은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도요타 스스로 말하는 도요타 생산의 강점은 절대 라인이 잘 돌아가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도요타 라인은 잘 멈추는 것이 강점이라고 한다. 잘못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종업원 개개인에 퍼져있기 때문에 도요타 생산 라인은 순간순간 정지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결함 없는 차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 위에서 도요타 경영진도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을 한발 앞서 준비하기 위해 한 세대 젊은 인사들을 주축으로 경영진을 개편한 것이다.
포인트 5. ‘외부인’과‘고객’의 시각을 유지하라.
최근 CEO 교체를 통해 나타나는 특징 중의 하나는 일본 기업들이 외국인 CEO를 등용시키거나 해외 시장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을 새로운 CEO로 임명한다는 점이다. 소니는 미국 사업담당이었던 스트링거를 후임 CEO로 임명했다. 캐논의 미타라이 사장은 입사 5년 만에 미국으로 발령, 그 후 23년간을 미국에서만 근무했다. 도시바도 최근 니시다 아츠토시 PC 사업 부문장을 새로운 CEO로 선임했는데, 그는 오랜 세월 동안 미국과 유럽 지역을 담당해 해외 시장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다. 일본에서 해외통 이나 아예 외국인 들이CEO로 지목되는 것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전통적으로 일본 기업들은 내수 시장을 중시했고 자국 중심의 경영방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해외 근무자들이 찬밥 신세인 경우도 많았다. 그런 일본에서 이렇게 외국인 CEO나 해외 시장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을 새로운 CEO로 지목 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닛산을 회생시킨 카를로스 곤 효과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곤이 펼친 일련의 개혁과정을 통해 과거의 유산으로부터 자유로운 외국인이 CEO를 맡을 경우 기존 인력들과의 관계 때문에 눈 감고 넘어갔던 문제들이 드러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또, 과거 성공 경험의 그늘을 과감하게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외국인 CEO를 임명할 수 는 없다. 외국인 CEO를 임명하는 것은 위험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외국인CEO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이 중심으로 내부인 이면서도‘외부인’과‘고객’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 해외통 들을CEO로 임명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경험이 풍부한 미타라이 사장을 임명한 캐논은 사업체질을 수익성 중심으로 개편해 마쯔시타, 소니를 제치고 일본 전자 기업 중 가장 높은 시가 총액을 나타내고 있다. 미타라이 사장은 창업 이념 등 캐논의 전통은 존중하되, 오랜 세월 관행으로 굳어진 악습들을 수익성과 주주관점에서개혁해캐논을새롭게변모시켰다. 결국, CEO가 계속해서 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고객과 시장, 외부인의 관점에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눈’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자발적 자기 부정’의 CEO
스타 CEO의 퇴진 과정을 지켜보면서 CEO의 자리는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때의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내부 구성원으로 부터의 지지와 조직 구조를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 무엇보다 성공에도 자만하지 않는 경계심위에‘외부인’과‘고객’의 시각을 유지하는 자발적 자기 부정이 더 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변하기 쉬운 운명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한국기업을 지켜낼 수 있는 훌륭한 경영자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LG경제연구원 김창현 책임연구원
홈페이지 : www.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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