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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피터 드러커의 완벽에 대한 깨우침

함부르크에서 견습생으로 일을 배우고 있을 무렵, 나는 '완벽'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또 하나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그것은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조각가 페이디아스(Phidias)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는 기원전 440년경 여러 조각 작품의 제작을 의뢰 받았는데, 그때 조각한 작품들이 24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의 지붕 위에 여전히 서 있다. 페이디아스의 작품들은 오늘날까지도 서구 미술 역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보는 사람마다 모두들 그의 작품을 칭송했지만, 정작 아테네의 재무관은 페이디아스의 작품료 지불을 거절했다. 재무관의 거절 사유는 이런 것이었다. "조각들은 신전의 지붕 위에 세워져 있고, 신전은 아테네에서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조각의 전면밖에 볼 수가 없다. 그런데도 당신은 우리에게 조각 전체 값을, 다시 말해 아무도 볼 수 없는 조각의 뒷면 작업에 들어간 비용까지 청구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에 대해 페이디아스는 "아무도 볼 수 없다고? 당신은 틀렸어. 하늘의 신들이 볼 수 있지."라고 대꾸했다. 폴스타프를 관람하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때에 이 이야기를 읽었는데, 이는 나에게 또다른 충격을 주었다. 나는 항상 그렇게 살지 못했다. 나 역시 제발 신들이 눈치채지 않기를 바라는 그런 식으로 일을 한 적이 많았다. 그렇지만 페이디아스는 내게 어떤 일을 할 때 오직 '신들'만이 그것을 보게 될지라도 완벽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사람들로부터 "당신이 쓴 책 가운데 어느 책을 최고로 꼽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웃으며 "바로 다음에 나올 책이지요."라고 대답한다. 웃으며 대답하긴 하지만 결코 농담은 아니다. 나는 베르디가 여든 살이라는 나이에도 늘 자신을 피해 달아나는 완벽을 추구하면서 오페라를 작곡했던 그때 그 심정으로 대답한 것이다.

  비록 내 나이가 폴스타프를 작곡할 당시의 베르디보다 많긴 하지만, 나는 여전히 앞으로 몇 권의 책을 더 쓸 계획을 갖고 있다. 그리고 바라건대, 앞으로 나올 책들은 과거에 나왔던 책들보다 더 나을 것이고, 더 중요한 책으로 읽힐 것이고, 그리고 조금이나마 더 완벽하게 될 것이다- 피터 드러커 저, <프로페셔널의 조건 THE ESSENTIAL DRUCKER Vols. 1>, pp.157~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