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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미디어 리뷰

오뚜기 2005. 1. 28. 19:47
지난 십수 년간 미디어 산업을 둘러싼 엄청난 변화의 물결은 산업의 기본 원칙들을 완전히 바꿔 놓을 만큼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패러다임 변화 그 자체였다. 그 중심에는 전세계적으로 불기 시작한 탈규제화와 시장자유화 그리고 국제화라는 거대한 제도적 변화가 위치하고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이라는 테크놀로지의 역동적 발전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기술의 변화 못지않게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우리들 자신의 변화일 것이다. 오랫동안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제어했던 전통적인 가치와 규범들이 깨져 나가고 너무나 다원화되고 다양한 목소리들이 넘쳐나는 포스트 모던의 파도 속에서 우리들 자신도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류 역사 뒤바꿀 또 한 번의 정보혁명미디어 역사학자인 어빙 팽(Irving Fang) 교수는 인류의 역사를 여섯 번의 정보혁명으로 정의하고 있다. 문자혁명, 인쇄 혁명, 매스 미디어 혁명, 엔터테인먼트 혁명, 커뮤니케이션 기기혁명, 그리고 정보고속도로 혁명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20세기 후반에 진행된 제6 정보혁명은 통신과 방송의 컨버전스, 그리고 급속하게 각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한 컴퓨터와의 결합을 통해 보다 빠르고(Faster), 값싸며(Cheaper), 보다 낳은 품질(Better)과 보다 작은 크기(Smaller)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빈곤을 풍요로 이끌어 내는 혁명적 변화를 선도한다.




그렇다면 이제 새롭게 시작되는 21세기의 정보혁명은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제6 혁명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아니면 이미 새로운 정보혁명이 시작되었는가. 새로운 혁명으로 접어들었다면 무엇이 이 혁명을 견인하는 핵심 기술과 산업발전 동력인가. 그리고 어떤 형태의 컨버전스가 새로운 특징으로 등장하는가. 필자는 바야흐로 제7 정보혁명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방송과 통신, 컴퓨팅의 대통합을 의미하는 유비쿼터스환경에서 언제 어디서나 개인이 희구하는 정보와 가치 그리고 오락을 향유할 수 있는‘퍼스널 미디어 혁명(Personal Media Revolution)’이 바로 제7 정보혁명인 것이다. 새로운 정보혁명의 핵심적인 주제는 대통합(Grand Convergence)이며, 그 중심에는 개인으로서의 인간(Human as individual)이 위치한다.

미디어의 소비의 개인화 선도할 위성DMB 제7 정보혁명, 나아가 제2단계 디지털 혁명은 생산성과 효율성의 차원을 넘어 개인의 만족과 행복, 안락한 삶에 초점이 맞춰진다. 일례로 생산성 향상의 정보기기로 등장한 PC는 가정과 개인의 엔터테인먼트 허브로 발전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 매스미디어인 텔레비전 방송도 퍼스널 미디
어 혁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도 2004년 들어 퍼스널 미디어 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는데, 3월 2일자로 통과된 개정 방송법이 바로 그것이다. 개정된 방송법 2조 1항에는 전통적인 방송의 세 가지 분류인 텔레비전 방송, 라디오 방송, 데
이터 방송에 ‘이동 멀티미디어 방송’을 추가함으로써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를 위시한 이동 방송의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방송법 2조 1항 라에‘이동 멀티미디어 방송’은‘이동 중 수신을 주목적으로 다채널을 이용하여 텔레비전 방송, 라디오 방송 및 데이터 방송을 복합적으로 송신하는 방송’으로 정의하고 있다. 바로 이‘이동 멀티미디어 방송’이 향후 DMB를 시초로 해서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될 퍼스널 미디어의 법적 근거가 되는 것이다.

퍼스널 미디어 혁명은 방송과 통신의 접점 지역에서 활발하게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인 DMB를 통해 이동 환경에서 개인에 의한 미디어 소비가 보편화될 것이며, 디지털 VCR에 해당하는 퍼스널 비디오 리코더인 PVR을 통해 가정에 퍼스널 미디어에서의 방송 시청 행위도 철저히 개인화될 것이다. 동일한 프로그램이나 콘텐츠에 대한 소비 시간과 소비 플랫폼이 개인들마다 달라지고 시장은 철저히 세분화되는 현상이 보다 가속화될 것이다.
변화의 한 중심, 개인으로서의 인간은 물론 이런 퍼스널 미디어의 변화가 소비 또는 이용 차원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들이 이용하는 단말기가 스마트폰으로 거듭나면서 디지털 카메라·비디오 폰·MP3 플레이어 등의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콘텐츠의 생산 기능도 매우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 단계에서 약간 이른 전망이 될 수도 있으나 사건 현장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통해 방송국의 비디오 서버에 바로 연결해 현장에서의 생생한 그림을 전송하는, 전 국민의 방송기자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
이런 퍼스널 미디어 혁명의 최종적 지향점은 이용자 또는 소비자로 대변되는 일반 대중의 주권 강화에 있다. 소비의 객체가 아니라 생산의 주체로 거듭나는 근본적인 역할의 확장뿐만 아니라 적극 적 선택이라는 소비를 통해 누가 시장에서 살아남는 승자가 될 것인가를 결정 짓는 막강한 영향력이 이제 이용자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즉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매스 미디어 사업자들은 동일한 콘텐츠를 지상파와 케이블, 위성방송, 이동통신망, DMB, 그리고 브로드밴드 인터넷이라는 서로 다른 플랫폼을 통해 소비하는 이용자 중심의 환경에서 치열한 경쟁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또한 매스 미디어에 비해 퍼스널 미디어는 다양한 주체 간의 다양한 층위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특징을 지닌다. 매스 미디어가 소수 대 다수의 일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매개했다면 퍼스널 미디어는 소수 대 다수, 다수 대 다수 또는 다수 대 소수, 그리고 소수 대 소수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전방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또한 그 내용에 있어서도 콘텐츠(Content)와 커머스(Commerce, 상거래), 커뮤니티(Community), 그리고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 개별적으로 또는 복합적인 형태로 매개된다. 특히 매개의 형태가 일방향적이고 직선적인 매스 미디어와 달리 퍼스널 미디어는 양방향적이고 비선형으로 이루어진다는 특징을 지닌다. 즉 커뮤니케이션의 양축(송신자와 수신자)이 소수와 다수의 입장을 수시로 넘나들며, 소수가 다수가 되기도 하고 다수가 또 소수가 되기도 하는 가변적이고 다분히 역동적인 형태를 띤다.

퍼스널 미디어 혁명은 바로 이런 커뮤니케이션 주체와 요소의 비선형적 복합성을 토대로 한다. 소수 대 다수의 일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이 주도하는 매스 미디어의 시대는 이제 지나간 역사가 된 것이다.

단절 없는 커뮤니케이션이 관건
그렇다면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매체융합 시대의 가장 강력한 애플리케이션은 무엇이 될까? 분명한 사실은 어느 특정 장르나 서비스, 또는 하나의 장치가 너무나 다양하고 구체적이며, 심지어는 까다롭기까지 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을 한데 모아 놓거나 또는 하나로 통합한 형태가 구현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화된 커뮤니케이션 수단, 뉴스와 정보 제공,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이 위치기반 기술, 상황인지 기술, 또는 실감형 기술 등과 접목하면서 소비자들에 다가가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퍼스널 미디어 시대에 보다 광범위한 선택의 서비스들을 원할 것이며, 더 많은 선택권과 더 많은 부가가치를 부여할 수록 서비스는 차별화되고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이용자들을 항상 먼저 고려하는 단절 없는(Seamless) 커뮤니케이션이야말로 퍼스널 미디어 시대의 최선의 생존 전략이 될 것이다. 신문과 TV 등의 매스 미디어가 통신과의 결합을 통해‘ 퍼스널 미디어’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통해 전 국민의 기자화가 공공연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위성DMB는 언제 어디서나 TV 시청이 가능한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퍼스널 미디어는 일반 대중이 소비의 객체가 아니라 생산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원동력이다. 필자가 그것을 ‘ 제7 정보혁명’이라 칭하는 이유이다.

글 | 현대원 _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